겨울이 시작되는 12월에 앙드레지드의 좁은문을 읽었다.

워낙 유명한 고전이었지만 아직까지 한번도 맛보지 못한 소설이어서 내심 기대가 컸다. 소설의 분량도 그리 많지 않아 만만하게 생각하는 소설이었다. 그러나 이 소설을 다 읽고 덮고 나서는...내용보다는 숭고함, 덕행에 대한 생각으로 나 자신이 부끄럽게 느껴졌다고나 할까..의연함 보다는 숭고함에 대한 내용이었지만, 과연 이 세상에 태어나서 이 세상의 즐거움을 거부하고 더 위대한 덕행과 숭고함을 좇아서 사는 알리사의 성직자적 삶이 과연 최고인가..라는 의문도 들게 하는 소설이었다.

이 소설의 무대는 프랑스 르와브르이다. 1902년 경이었으므로 20세기 초반의, 아직 전기도 자동차도 없는 시대라고 할 수 있다.

이 소설의 주인공 제롬은 파리에 살고 있었으나,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어머니와 어머지의 가정교사인 애슈버튼양과 함께 외삼촌이 계시는 르와브르로 와서 외삼촌 댁에서 살아간다.

외삼촌 뷰콜랭의 부인 루실르는 타고난 바람기를 이기지 못하고 첫째딸 알리사, 둘째딸 쥘리에트, 막내아들 로베르를 놔두고 도망간다.

외삼촌은 세 아이와 제롬, 그리고 제롬의 어머니와 애슈버튼양을 데리고 그래도 행복하게 산다. 르와브르의 아름다운 풍경을 벗삼아 제롬도 행복한 나날을 보내지만 어느덧 그는 조용한 성품의 알리사에게 사랑을 느끼게 된다.

알리사의 동생 쥘리에트도 제롬에게 사랑을 느껴 다가오지만 제롬은 활달한 성격의 쥘리에트보다 온화하고 조용한 알리사에게 사랑을 느끼고 있다.

제롬의 친구인 아벨 보티에는 쥘리에트에게 사랑을 느끼고 결혼을 결심하지만 쥘리에트는 집에서 맺어준 재력가 테시에르와 사귄다.

제롬은 알리사에게 청혼하지만 알리사는 거절한다. 그 외면적 이유는 본인이 제롬보다 두살 위라는 사실과 쥘리에트가 제롬을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혼자이신 아버지를 모셔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그러나 그 내면적인 이유는 독실한 크리스쳔인 알리사의 덕행과 숭고함에 대한 생각이었다.

결국 청혼을 거절당한 제롬은 파리로 유학을 떠나고 쥘리에트는 테시에르와 결혼하여 세 아이을 낳고 행복하게 산다.

제롬은 알리사와 편지왕래를 하며 서로의 안부를 확인한다. 가끔 르와브르로 와서 알리사를 만나지만 알리사는 계속 밀고 당기는 것으로 제롬과의 사이를 항상 벌이고 있다. 사실 알리사도 제롬을 매우 사랑하고 있었지만 그녀는 이 세상에서의 쾌락보다는 천국으로의 좁은문을 향해 들어가는 것에 더 관심을 갖는 성직자적 생각으로 가득차 있었다.

결국 연락이 두절된 알리사는 한 요양원에 들어가 죽음을 맞이한다. 아마도 큰 병이 들어 죽어가고 있다가 홀로 요양원에 들어간듯 하다.

이 사실을 쥘리에트는 제롬에게 알리고 알리사의 그동안의 일기장을 읽어보며 제롬은 알리사가 본인을 얼마나 사랑하고 있었는지 깨닫게 된다. 그러나 이제는 세상에 없는 알리사를 추억하며 쓸쓸하게 이 소설은 막을 내린다.

"사랑하는 남녀의 감정이 얼마나 높은 경지에 다다를 수 있으며, 따라서 인간 정신이 얼마나 순수한 경지에, 즉 절대적인 세계에 달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것이 좁은 문의 매력이다. 일상의 평범한 생활을 통해서는 느낄 수 없는 그런 새로운 삶을 이 소설을 통해서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이 주는 기쁨이다. 좁은 문은 다른 여느 소설과는 달라서 이야기 줄거리만 훑어가면 이해되는 그런 소설이 아니다. 줄거리 보다는 주인공들의 심리의 추이에 특별히 세심한 주위를 기울이지 않는다면, 그리고 그들과 같은 심리에 도달하지 못하면서 이 책을 읽는다면 무의미한 시간 낭비에 그치고 말것이다."

오랜만에 명작을 읽는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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