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정의 장편 소설이자 그녀의 세계 문학상 수상작인 내 심장을 쏴라를 2013년 12월 중순부터 2014년 새해의 첫날까지 읽었다.

지난번 28, 7년의 밤과 함께 정유정을 대표하는 소설로 나는 이제 정유정의 3대 소설을 다 읽었다.

내 심장을 쏴라는 정유정이라는 작가를 세상에 알리게 된 작품으로 간호대 출신인 정유정이 2007년 정신병원 실습의 경험을 살려 2009년 탈고한 장편 소설이다. 이 소설 역시 정유정 특유의 문체와 약간 음울하고 어두운 분위기, 그리고 박진감 넘치는 내용으로 가득차 있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이수명이다. 어릴적 헌책방을 운영하는 아버지와 정신착란 증상을 앓고 있는 어머니 밑에서 자라나지만 어머니의 자살과 그 죽음을 목격하고는 큰 충격을 받는 주인공. 그는 아버지의 냉대속에 자라나지만 그 역시 정신병을 앓게 된다. 정신분열증...

아버지는 이수명을 정신병원 폐쇄병동에 입원시키지만 퇴원후에도 정신분열증세를 일으켜 어린 여자아이를 따라가다 범죄자로 낙인찍힌후 다시 아버지에 의해 정신병원에 입원된다. 이 병원은 수리 희망병원이란 곳으로 그동안의 병원과는 차원이 다른 살벌한 병원이다.

강제로 차에 태워져 강원도 산골에 있는 수리 정신병원으로 호송되는 날, 류승민이라는 건장한 체격을 지닌 남자도 차들의 추격을 뿌리치며 도주하다 결국 잡혀서 정신병원에 들어오게 된다.

여기에서 반년동안 일어나는 여러가지 사건들을 작가 정유정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세밀하게 그려나간다..

나도 그 옛날 정신과 실습을 돌때 폐쇄병동에 많이 가 보았었다. 그곳에 입원해 있던 환자들과 많은 대화도 해보았고 또 산책도 같이 해보며 많은 시간을 보내었다. 나 또한 그때의 생각이 소록소록 묻어나왔다.

이 수리 희망병원에 근무하는 남자 간호사 최기훈은 그나마 조금 인간적인 면을 갖고 있는 사람이다. 그 이외 원장을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입원환자를 그야말로 범죄자로 취급하며 가차없는 폭력을 휘두르는 인간 말종들로 나온다. 특히 점박이로 불리우는 치료사는 끝까지 이수명과 류승민을 때리고 감금하고 폭력을 휘드른다.

이 폐쇄병동에 같이 입원하여 생활하는 수없이 많은 환자들..

김용, 만식씨, 현선엄마, 거리의 악사, 십운산 선생, 한이, 지은이...이들과 함께 정도 들고 애증을 같이하며 주인공은 살아간다.

여기에서 저질러지는 수없이 많은 비리들, 특히 치료사와 직원들이 번갈아가며 겁탈하여 임신한 지은이를 떠나보내며 절규하는 한이..그를 ECT치료실로 보내 정신을 더욱 황폐하게 만들어버리는 의료진들과 진실을 감추려하는 사람들..

결국 류승민은 실명한척 연기하며 탈출을 감행한다.

류승민은 과거 패러글라이딩 선수로 히말라야까지 비행한 베테랑 선수였지만 선천적으로 시야의 각도가 줄어드는 병과 함께 찾아온 녹내장등으로 선수생활을 포기하게 된 사람이었다. 여기에 충격을 받고 류승민은 절규하며 방화를 하게 되고, 식구들은 결국 그를 잡아서 이 정신병원에 감금시키게 된 것이다.

산책하는날 류승민의 눈 역할을 했던 이수명과 함께 승민은 점박이를 때려눕히고 모터보트를 타고 탈출 감행하지만 결국 보호사들에게 둘은 다시 잡히고 결국 둘다 ECT치료실고 향한다...

그러나 최기훈으로 부터 아버지의 죽음을 전해듣고, 또한 아버지가 자신을 영원히 정신병원에 입원하여 생활하도록 부탁했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은 이수명은, 검정고시를 치루며 조금씩 대학을 향해 다가가고 있는, 자신이 공부를 가르쳐준 청소하는 직원의 도움으로 봉투 배달차를 탈취하여 정신병원을 탈출하는 데 성공하게 된다. 애초에 류승민만 탈출시키려고 하였으나 아버지의 죽음과 그 결정 소식을 듣고는 자신도 같이 탈출하기로 마음먹고 ECT 2차 치료날 직원들의 헛점을 찌르고 과감히 탈출한다.

둘은 희망봉으로 등반하여 과거 그곳에 숨겨놓았던 류승민의 패러글라이더를 찾아내고, 류승민은 안개속으로 비행을 하여 사라진다. 그의 행방은 끝까지 찾지 못하여 결국 자살처리가 되었고, 저 체온증으로 산에서 쓰러져 발견된 이수명은 치료후 정신보건 심판위원회에서 지금까지의 자신이 겪은 일들은 네시간 동안 이야기 한다.

정신보건 심판위원회의 결정으로 병원 퇴원이 결정되어 자유의 몸이 된 이수명...

결국 이 소설을 이렇게 끝이 난다.

정신병원에서 자행되는 각종 사건들과 비리. 그리고 그곳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어쩔 수 없이 가족들에게 버려지고 가족들에게 이끌리어 정신병원으로 들어온 사람들..

"운명이 나를 집어 삼킬때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주인공은 과감히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기 위한 용감한 탈출을 두차례 시도하여 결국 성공하게 된다.

운명에 맞선 두 사람의 이야기이자 정유정을 문단에 등단하게끔 해준 소설이었다. 다음번 작품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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