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정 장편소설 28을 읽었다.

"고전소설 읽기"를 한해의 모토로 삼고 어렵고도 지겨운 고전 소설 번역책을 겨우겨우 읽어나갔지만 왠지 고전 번역이 아닌 한국어로 제대로 씌여진 한국소설을 읽고 싶었다.

때마침 직장에 늘상 찾아오는 제약회사분이 건네준 한권의 소설..이것이 28 이었다.

28은 여류작가 정유정의 2013년 장편소설이다. 그야말로 고전의 정반대인 "신전"인 셈이다.

소설 읽기를 시작하여 피곤하여 못 읽은 날을 제외하고는 너무나 박진감 넘치고 재미있는 소설을 정말 오랜만에 읽었다고 생각한다.

11년전 알래스카에서 열리는 개썰매 대회 아이디타로드에 출전했던 이 소설의 주인공 서재형은 당시 늑대들의 습격을 받아 위험에 처하자 썰매줄을 끊어 개들을 희생양으로 삼고 자신은 겨우 목숨을 부지한다. 서재형을 구해준 것은 썰매개들의 엄마개인 마야였다.

이러한 죄책감을 계속 이고 살아온 그는 한국에 돌아와 속죄하는 마음으로 유기견 보호소인 드림랜드를 차리고 수의사로 일하며 개들을 돌본다.

가상 도시 화양의 감염내과 의사 박남철의 세째아들인 박동해는 부모로부터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란 싸이코패스이다. 그는 군대에서도 상관들의 개들을 차례차례 죽이기도 했고 아버지의 썰매개인 쿠키를 친구와 함께 몽둥이로 두들겨패서 죽이려고 하던차에 이를 본 서재형이 쿠키를 구해서 드림랜드로 간다.

이에 앙심을 품은 박동해는 익명으로 한진일보 기자 김윤주에게 제보하여 드림랜드 사장 서재형의 과거는 개들을 희생양으로 삼아 자기 목숨을 부지한 철면피라는 것을 기사화하게 한다. 특종을 노리고 이 기사를 작성한 김유주때문에 드림랜드의 재정난은 심각해지고 거의 폐쇄직전까지 놓이게 된다.

때마침 화양시의 개장수가 자신의 집에서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지고 이를 구하기 위해 출동한 구조대원 한기준은 이집에 갖혀있다가 탈출한 한마리의 개를 찾기 위해 노력하지만 그 개는 사라지고 없었다. 그 개의 이름은 링고였다. 과거 싸움개로 키워졌다가 개장수에게 잡혀 그 집에 감금되어 있었다.

개장수의 사망 원인은 이름모를 인수공동 전염병이었는데, 이 병은 정말 가혹하여 발병 3~4일 만에 99이상의 치사율을 보이며 화양시 전체로 퍼져나간다.

이를 또한 특종을 노린 김윤주가 세상에 인수공동 전염병이라고 기사화하여 화양은 폐쇠되고 화양시내의 모든 개들은 합법적으로 몰살당한다.

서재형을 취재하러 드림랜드에 도착한 김윤주는 화양시가 폐쇄되어 서재형의 드림랜드에서 같이 생활한다. 그리고 전염병으로 사망한 아파트 경비원이 돌보던 어린아이 승아를 함께 돌보면서 둘은 사랑하게 된다. 전염병은 점점 더 확산되어 화양시의 대부분 시민들이 사망하게 되는 끔찍한 상황이 발생한다.

박동해는 아버니에게 이끌려 정신병원에 갖히게 되지만 그 병원을 불지르고 탈출하여 서재형의 드림랜드로 잠입하여 역시 불을 질러 서재형이 보호하고 있던 고아 승아마져 사망케 한다.

또한 화양의료원의 간호사 수진도 자기 동료들이 수없이 죽어가고 아버지, 오빠도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다 자기 자신은 전염병이 아닌 강도로 돌변한 화양시민들에게 강간당한후 자살하게 된다. 구조대원 한기준의 딸과 아내도, 딸은 전염병으로, 아내는 딸을 구하기 위해 나섰다가 그녀를 둘러싼 개들에게 죽음을 당한다.

서재형이 돌보던 개들중 썰매개인 쿠키도 전염병으로 희생되고 개장수에서 탈출한 링고는 스타라는 썰매개와 사랑하게 되어 둘은 따로 살게 된다.

그러나 한기준은 자기 아내를 죽인 것이 개들이라는 것을 알고 링고를 발견하고 살해하려고 한다. 때마침 화양 시민들은 정부군에 총 궐기하여 화양과 서울 경계까지 진군했다가 무차별 총격을 받아 희생되고 있었다.

링고가 한기준을 죽이려는 순간 나타난 서재형은 한기준 대신 링고와 싸우다 함께 죽는다.

결국 끝까지 남은 사람은 한기준과 김윤주...

자기를 궁지로 몰아넣은 기사를 썼던 김윤주를 사랑했고 한기준을 죽이려는 링고와 맞써 싸우다 죽은 서재형.. 그는 원수를 사랑했고 자기가 그렇게 사랑했던 개들과 같이 장렬히 죽었다.

이 소설은 여기서 막을 내린다.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죽어갔고 또한 서재형의 의연함이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과거 적과 흑의 줄리앙 소렐처럼..서재형은 정말로 의연한 죽음을 맞이한다.

 

의연함..정말로 신과같은 그 행동..의연함이라는 것에 대해 남아있는 사람들의 평가는 영원히 의연했던 사람을 기억하게 될 것이라는 느낌을 받는다.

오랜만에 정말 박진감 넘치고 재미있는 소설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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