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원 이광수의 사랑을 읽었다.

작년 고전명작중 카라마죠프가의 형제들을 너무나 어렵게 읽었고, 또 올해 부활도 그리 쉽지 않은 소설이었다.

한국 고전 명작을 읽고 싶어서 선뜻 두꺼운 이광수의 사랑을 꺼내들고 이 책도 한 두달 걸리겠지..하고 내심 기대하지 않고 읽기 시작했는데...

아~너무나 너무나 재미있는 소설이었고 나같이 완독 하는 사람도 일주일여만에 다 읽어버렸다. 감동 그 자체이고 또한 춘원 이광수가 친일파였다는 사실로 인해 그의 천재성이 많이 비판받고 사장되어 버린것 같아 아쉬웠다. 물론 친일을 하였다는 것은 잘못된 일이지만 그의 근대소설은 한국 문단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는 것은 부인하니 않을 수 없다.

시대는 1938년이었고 일제시대였지만 그러한 정치적 현실적 이슈는 이 소설에는 등장하지 않는다. 다만 사랑이라는 주제..사랑이 무언가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펼져지는 소설의 내용이 흥미진진 하고 박진감이 넘치고 또한 진한 감동을 주었고 인생을 어떻게 사랑하며 살아야하는가에 대한 정답을 얻은거 같아 너무나 행복했던 소설읽기의 기간이었다.

안빈은 과거 문단에서 시와 소설을 써온 작가였다. 그러나 뜻한 바가 있어 의사시험을 보고 합격하여 의사가 된다. 산부인과 전문의인 내가 보기에 그 옛날은 의대를 나오지 않고도 공부만 열심히 해서 시험만 합격하면 의사가 될 수 있었나보다.

그가 문단에서 활동할때부터 그의 시와 소설에 매료된 20대의 석순옥은 그를 동경하여 간호부(간호사)시험에 합격하고 그의 병원에 간호부로 취직하기 위해 면접하러 친구 박인원과 함께 가는 장면부터 이 소설은 시작된다.

박인원은 석순옥과 둘도 없는 단짝 선배로 그를 여러방면으로 이해하고 돕는 친구다.

안빈은 개인 내과 병원에서 원장으로 일하는 40대 초반의 의사였고 아내 옥남과 협이 윤이 정이 세 남매를 두고 있었다.

여기서 순옥은 간호부로 취직하지만 사실 안빈은 순옥의 외모가 빼어나 자신의 마음이 흔들릴까봐 저어 하였지만 처 옥남의 적극 추천으로 합격하여 일하게 된다.

안빈, 순옥, 옥남...이들은 모두 보통사람과는 다른 지고지순한 사랑을 추구한다.

순옥에게는 허영이라는 신문기자가 졸졸 따라다니며 청혼을 하지만 순옥의 마음은 안빈이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옥남을 몸이 약해 여름 휴가로 원산 해수욕장에 가서 두달간 기거하며 요양하는데 여기에 순옥이 따라와 간호한다.

또한 순옥은 허영을 만나 그와 자신의 피를 뽑는등 안빈의 박사학위 시험을 물씬 도우며 허영에게는 결혼하지 않는다고 선언한다.

몸이 약한 옥남도 순옥의 지극정성 간호에 감화되어 더욱 순옥을 아끼게 되지만 그해 겨울 결국 옥남은 자식들을 남겨놓고 세상을 떠난다.

처가 없자 안빈은 쓸쓸해하지만 새로운 장가는 가지 않고 더욱더 일에 매진하고 이를 보던 순옥은 안빈과의 관계가 세간 사람들에게 좋지 않은 소문으로 비칠까봐 허영과 혼인한다.

그러나 허영은 전실 소생의 아들이 있었고 또 전실인 이귀득은 허영과의 사이에 또 임신을 하였다. 이귀득은 그 아들이 아파서 안빈의 병원에 입원하여 치료하는데 여기서 순옥에게 이 아이가 허영의 아들임을 실토한다.

충격을 받은 순옥은 결국 안빈과 상의 끝에 그 아이를  데려와 허영과 같이 살게 하고 키우지만 순옥이 병원에 가 사이에 허영과 그의 어머니 한씨는 이귀득을 마치 며느리처럼 집에 들여와 있게 한다.

이를 그집 가정부가 순옥에게 이야기해주고 결국 순옥은 허영과 이혼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업이 없는 허영에게 매달 생활비를 부치고 허영이 어려워 진 이후로 다시 공부를 해서 의사가 된 순옥을 잃기 싫어 허영은 이혼을 반대하지만 이귀득이 둘째 임신을 하고 집에 자주와 산다는 증거를 대자 마지 못해 이혼한다.

그러나 허영은 매독의 후유증을 앓기 시작했고 이귀득과 신혼여행에서 돌아온후 둘째가 유산되며 하혈하여 결국 이귀득은 숨진다.

이 충격으로 허영의 병은 더욱 악화되는데 순옥은 안빈과 상의하여 다시 허영을 건사하기로 하고 허영 모녀과 아들을 데리고 북간도 병원으로 취직하러 간다.

여기서 허영과 한씨 아들이 순옥의 지극한 간호에도 불구하고 세상을 뜬다.

다시 서울로 돌아와 순옥, 인원(안빈의 세 아이들을 지극정성으로 키우며 살았다. 그러면서 안빈을 존경하게 된다), 순옥의 오빠 영옥, 안빈, 이의사(북간도에서 순옥의 영혼에 감화되어 서울로 온 의사)가 만나 안빈의 북한산 요양원에서 같이 10년을 일한다.

이 소설은 60회 안빈의 생일에 이 사람들이 안빈의 병원에 모여 지난 일을 추억하며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너무나 재미있고 감동이었다.

안빈의 인생관..기본적으로 불교의 인연설, 윤회설에 기초를 두고 그것을 믿고 살아가며 기독교의 사상도 이해하고 함께 아우르는 그의 종교관이 나와 비슷하여 너무나 존경스럽고 좋았다.

이는 곧 이광수의 종교관일 것이므로...

또한 사랑에 대한 정의가 마음에 많이 와 닿았다.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범인의 경계를 벗어난 자비심...그 자비심의 발로야 말로 사랑의 완성이라는 안빈의 말이 너무도 좋았다.

여기에 등장하는 안빈과 순옥, 안빈과 인원. 옥남과 순옥..모두 범인들의 개인적인 사랑의 감정과 질투의 감정을 잘 억누르고 결국에는 더 놓은 숭고한 사랑, 나를 버리고 남을 위하는 자비심을 이끌어내는 그러한 사랑을 하게 된다. 이사랑이 곧 부처님의 사랑, 하느님의 사랑과 비슷하지만 성인들의 사랑은 인류전체에 대한 사랑이요, 안빈의 사랑은 인간의 사랑이므로 자기와 인연이 닿은 사람들에 대한 무한한 자비심의 사랑인 것이다.

나도 그러한 사랑을 하며 평생 갈 수 있을까...

나의 이생의 업이 과연 선업일까 악업일까...

이생에 이몸을 지고 태어나 내 영혼의 업을 쌓고, 또 지우며 다음생의 인생을, 또다른 시작을 하러 가는 것이 결국 죽음인 것..따라서 이생의 업을 잘 쌓고 또 악업을 잘 지우고 가야 하는 것..그것을 위해 최선을 다해 영혼을 진화시키는 것이 인생의 목적임을 다시한번 확인하고 알게 해준 위대한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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