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목표가 고전읽기다. 그러나 일상이 바쁘고 잦은 회식과 당직으로 집에 오면 책을 펼칠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래도 마음속엔 항상 책읽기가 따뜻한 감성으로 자리잡고 있어 일요일이나 휴일에는 책을 펼쳐보게 된다.

이번 고전으로 고른 것은 스탕달의 적과 흑이었다.

물론 이 유명한 고전은 고등학교때 읽어본 적이 있지만 그때 당시의 어린 감성으론 이러한 명작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다.

재미도 없는 스토리에 지루한 문장들로 고전을 읽어야 한다는 의무감에 읽었던 것이지 왜 이러한 오래된 소설을 읽어야 하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이제 중년이 된 이 시기에 유명한 고전을 읽어보면 그 의미와 참 재미를 느낄 수 있다고 생각되어 시작한 고전읽기...

적과 흑이 생각난 것은 왜인진 모르겠지만 그냥 다시 읽어보고 싶었다.

열린책들에서 나오고 임미경님이 번역한 이 소설은 2012년 2월말부터 시작하여 2012년 6월 3일까지 읽었으므로 3개월여에 걸쳐 읽은 것이다.

참으로 오래 걸렸지만 2012년 6월 3일 하권의 마지막을 다 읽고 책장을 덮고나서의 내 느낌은 " 과연 명작이구나~" 였다.

고등학교때의 아무 느낌도 없었던 이 책이 이제는 소름 돋을 만큼 많은 의미를 알게 해 주므로 결국 세월을 더 살아봐야 명작의 감동을 제대로 음미 할 수 있음을 깨닫는다.

이 소설은 프랑스의 작가 스탕달이 1830년에 쓴 작품이다.

이 소설의 배경은 1812년 나폴레옹의 권력이 몰락하고 다시 왕정파가 등극할 때이고 당시에는 왕정파와 나폴레옹을 지지하고 그리워하는 자유주의 파가 대립되고 있었던 때였다.

물론 자유주의 파에는 좌파인 자코뱅파도 있었지만 여기서 자유주의 파들은 왕정을 부정하나 나폴레옹처럼 귀족의 신분이지 못해도 성공할 수 있다는 꿈을 꾸는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그것이 돈이라는 중요한 수단이 있어야 함을 알기에 또한 부를 추구하는 부르조아들도 많았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쥘리엥 소렐이다.

그는 시골 목수의 세째아들로 태어났지만 그 아버지나 형들과는 달리 머리가 좋고 책을 좋아하는 미남이었다.

그는 전직 군의관 출신의 의사에게 라틴어를 잠깐 배운 것 이외에는 큰 교육의 경험은 없지만 영특한 머리로 라틴어 성경을 통째로 줄줄 외우는 천재성을 갖고 있었다.

당시 신부 라는 성직자 계급들은 귀족과 결탁되고 정치권력과 연관되어 있었으므로 귀족으로 태어나지 못한 일반인들은 신부가 되는 것이 신분 상승을 위한 길이었다.

쥘리엥도 신부를 꿈꾸고 책을 보는 사람이었지만 그의 영특함이 알려져 베리에르시의 레날 시장의 아이들 가정교사로 취직하게 된다.

여기서 레날 시장의 아이들 라틴어 수업과 성경을 가르치는 가정교사로 일하면서 그는 신분 상승을 위한 욕망을 불태운다.

그의 준수한 외모와 여성스러운 감성, 천재성에 반한 레날 시장 부인과 점차 사랑에 빠지게 되는 쥘리엥.

그러나 그의 귀족에 대한 경멸과 목수아들이라는 열등감으로 자기가 레날 부인을 사랑함을 의식적으로 부정하지만 사랑의 운명은 어쩔 수 없이 그도 가끔 속마음을 레날 부인에게 내비치게 되며 생활한다.

쥘리엥과 레날 부인의 연정은 곧 그를 시기하는 여러 무리들에게 알려저 익명의 편지가 레날 시장에게 들어가고 레날 시장은 이를 경계하기 위해 쥘리엥은 베슬롱의 신학교로 가게 된다.

레날 부인과 생이별을 하고 이 신학교에서 신부가 되기 위해 수업을 받는 쥘리엥을 역시 많은 이들이 질투 시기 한다.

그래도 이 신학교의 교장 피라르 신부는 그를 알아보고 그의 천재성을 높이 평가한다.

많은 이들이 그를 시기하여 더 이상 버틸 수 없게 되자 피라르 신부는 그가 알고 지내는 파리의 라몰 후작에게 쥘리엥을 소개한다.

라몰 후작의 개인 비서노릇을 하고 소송에 관련하여 많은 자문을 줄 수 있게 하는 역할로 그는 파리로 입성한다.

여기서 쥘리엥은 라몰 후작의 총애를 받고 많은 역할을 한다. 그의 천재성으로 라몰 후작을 도와 회의의 내용을 모두 암기하여 편지로 남기는 등 그의 업적은 라몰 후작을 만족케 한다.

이제 그가 그렇게도 원했던 상류사회의 진출을 눈앞에 두게 된다.

여기서 쥘리엥은 파리의 많은 살롱을 드나들면서 그당시 프랑스 귀족의 생활을 같이 겪게 되고 그 문화를 익히게 된다.

그러나 라몰 후작의 딸 마틸드를 알게 되지만 그녀는 쥘리엥을 자주 무시한다.

둘의 관계는 쥘리엥이 마틸드를 좋아하는 눈치를 보이면 마틸드가 변하고 또 쥘리엥이 멀리하면 마틸드가 다가오는 그러한 관계였다.

그러나 마틸드는 내심 쥘리엥을 사랑하고 있었고 귀족의 딸이라는 그녀의 도도함이 쥘리엥을 전적으로 사랑하게 하지 못하고 자주 거부하는 양상으로 나타난 듯 하다.

쥘리엥은 그녀을 정복하기 위해 다른 부인에게 연정의 편지를 베껴 쓰는 행위로 마틸드의 질투심을 자극하여 결국 마틸드는 쥘리엥을 사랑하는 마음을 내비치고 둘은 같이 잠을 잔다. 여기서 마틸드는 임신을 하게 된다.

임신 사실을 알고 마틸드는 라몰 후작에게 쥘리엥과 결혼하겠다는 선언을 한다.

그러나 뼈속 깊이 귀족인 라몰 후작은 노발 대발하여 쥘리엥을 멀리 파견보내는등 마틸드와 이루어 질 수 없게 방해한다.

그래도 마틸드는 아랑곳 하지 않고 쥘리엥과 결혼하기를 꿈꾼다.

이때 라몰 후작에게 편지 한통이 날아든다. 바로 레날 부인이 쓴 편지였다.

편지에는 쥘리엥이 성공을 위해서는 아무 짓이나 하는 인물이고 마틸드양과도 라몰 후작의 사위가 되기 위한 정략에서 비롯된 사랑이라고 써 있었다. 이를 본 라몰 후작은 더욱더 이 결혼을 반대하고 이 편지를 마틸드에게 보여준다.

그러나 사랑에 눈이 먼 마틸드는 이 편지를 그대로 쥘리엥에게 보여주고 이를 읽은 쥘리엥은 베리에르로 가면서 권총을 구입하여 성당에서 미사를 보고 있는 레날 부인을 향해 두발의 총알을 발사한다.

레날 부인은 쓰러졌지만 다행이 한발은 빗나갔고 한발은 어깨를 관통하였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

쥘리엥은 투옥되어 재판을 기다렸지만 레날 부인이 살아있다는 소식을 듣고 안도의 한숨을 쉰다. 쥘리엥은 레날 부인을 진심으로 사랑한 것이었다.

마틸드는 이 소식을 듣고 쥘리엥을 구하기 위해 다방면의 로비를 펼친다. 레날 부인도 회복되어 쥘리엥에게 와서 그와 뜨거운 포옹을 한다.

그러나 재판이 진행될때 쥘리엥은 이 범행이 계획적인 것이었으며 농부의 아들인 자기 자신을 귀족집단인 배심원들이 용서하지 못할 것이라는 발언을 한다.

결국 쥘리엥은 사형이 선고되었고 항소를 하라는 마틸드나 레날 부인의 요청을 거부한다.

마틸드가 아이를 낳으면 버릴 것이 뻔하다고 판단한 쥘리엥은 레날 부인에게 자기 아이를 키워달라고 부탁한다.

그리고 사형식 당일날 담담히 죽음을 받아들인다. 그의 잘리워진 목은 마틸드가 거두워 장례지내준다.

레날 부인도 쥘리엥이 사망한후 세달 후에 숨을 거두게 된다.

이 소설의 내용은 이러하다. 참으로 의외로 담담히 죽음을 받아들이는 쥘리엥.

그는 진심으로 출세를 원했을까..출세를 원했다면 레날 부인의 편지를 읽은 라몰 후작에게 가서 변명을 해야지 왜 총을 구해 레날 부인을 저격했을까...

레날 부인을 저격하는 것 자체가 자기 자신에게 총을 쏘는 것이라는 것을 아는 쥘리엥이 이러한 범행을 한 이유는 무엇일까...태어날때부터 나뉘어진 귀족과 평민...그 신분을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고 귀족 사회의 모든 것을 경혐해보고 귀족사회의 여자들과 사랑도 해본 쥘리엥..더이상 바랄께 없다고 생각하고 스스로 그를 신분때문에 구속하는 사회로부터 멀어져간 것일까..

너무나 애틋했다. 처음에는 쥘리엥이라는 사람이 신분상승을 위해 사랑도 조작한다고 생각했으나 끝까지 읽고나서는 그에게 우렁찬 박수를 보내게 되었다.

행복이란 무엇인가..행복은 돈인가 명예인가 건강인가...

그 답은 없는듯 하다. 결국 행복이란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것이라는 말인데..그럼 자기 자신을 찾는 다는 것은 무엇인가.

지금 자기자신을 찾았다면 또 다른 자기 자신이 았을 것 같아 노력하는 것이 인간아닐까..그럼 행복은 계속 죽을때까지 추구하는 끝없는 가치인가...

그 답이 참으로 모호하고 없는듯 하다. 그냥 행복이란 무엇인가 하는 철학적인 질문보다 현실에 최선을 다하고 하루하루 최선다한 삶을 이어 가는 것 자체가 행복아닐까...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짧았던 쥘리엥의 삶은 행복했을까..

그가 최선을 다했다면 행복했을 것이다..난 그렇게 생각한다.

임미경 작가님의 후기도 참으로 감동적이었다. 이 소설의 자세한 해설과 스탕달의 삶을 설명해주었다.

적과 흑이란 제목의 뜻은 무엇일까..

저마다 해석하는 차이겠지만 적은 본질..즉 태어난 신분이나 레날 부인을 사랑하는 마음일 것이고 흑은 위선..즉 신분상승을 위해 사랑도 속이고 신부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쥘리엥의 나타난 일면들이 아닐까...

너무나 감동적이고 뜻하는 것이 많았던 명작이었다.

고전의 감동은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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