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원 이광수의 무정을 읽었다.

지난 1월 이광수의 소설 사랑의 감동으로 난 이광수의 팬이 되어 있었다. 그래서 다시 한번 이광수..하면 떠오르는 그의 대표적 소설이자 한국 최초의 근대소설인 무정을 읽기 시작했다.

역시 너무나 재미있는 소설이었고 사랑보다도 문체가 더욱 고어체이긴 하지만 이해하고 읽어나가는데는 아무 문제가 없는 소설이었다. 그러나 하루 일과의 피로와 근래 열심히 하고 있는 헬스로 인한 귀가후 휴식에 대한 갈망이 이 재미있는 소설을 무려 두달에 걸쳐 읽게 하였다.

무정은 1917년에 신문 연재로 씌여진 장편 소설이다. 그 당시 조선팔도가 무정으로 들끓었다는 바로 그 소설로 1894년 갑오경장 이후로 신문명이 물밀듯 들어와 이제 개화에 눈뜬 조선의 신사상과 구사상이 충돌하는 그 시기에 씌여진 최초의 근대소설이다.

이형식은 경성학교의 영어교사로 재직하는 총각이다. 그는 어릴적 부모님을 여의었지만 그의 어릴적 스승인 박진사의 딸 박영채와 평양에서 자라난 소꿉 남매이다. 박진사는 이형식의 총명함을 보고 장차 자기 딸 영채와 형석을 맺어주고 싶어했다. 그래서 영채에게 장차 형석과 혼인하라는 말을 하곤 했다.

형식은 어릴적 박진사에게 교화되어 동경 유학을 다녀오고 서울에 와서 경성학교 영어교사가 되었다. 그로부터 7년이란 세월이 흘러가고 형석은 영채의 일을 점점 잊고 지내게 된다.

서울의 부자인 김장로의 딸 선형의 영어과외를 맡게 되면서 이 소설은 시작된다.

김장로도 형식의 성실함과 총명함을 눈여겨 보고 자기 딸 선형과 장차 맺어주려고 일부러 영어과외 교사로 초빙하게 된 것이다. 선형은 숙명학교를 다니는 장차 미국 유학을 꿈꾸는 처녀다.

한편 평양의 영채는...박진사가 억울한 누명을 쓰고 옥게 갇히게 되고 그녀의 두 오빠도 모두 옥에 갇혀 그 집안은 몰락하게 된다.

혈혈단신이 된 영채는 외가에 가서 외종형댁의 학대와 조카네의 학대를 당하고, 거기서 도망할 때에 어느 촌중 아이들의 핍박을 당하고, 그날 저녁 숙천땅 어느 주막에서 변을 당하고, 마침내 평양에서 자기의 몸이 기생으로 팔리게 되는데 오직 아버지의 말씀인 형식에게 시집가라는 말을 되새기고 기생으로 일하면서도 정절을 지키고 10년을 산다.

영채가 기생이 된 이유는 돈을 벌어 옥에 있는 아버지와 오빠들을 돈으로 빼내어보려는 의도였으나 그 말을 듣고 아버지는 옥에서 자결하고 두 오빠도 모두 숨진다.

자포자기 한 심정으로 살아가는 영채에게는 월화라는 선배 기생이 인생에 많은 도움을 준다. 그러나 월화는 자기의 처지를 한탄하며 대동강에 투신 자살하고..영채는 서울로 올라와 계월향이라는 가명으로 계속 기생 생활을 하면서 서울서 교사하는 형식을 수소문하여 찾게 된다.

그러나 형식은 지난 세월을 얘기하는 영채를 보고 반가와는 하지만 기생 생활을 10년이나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녀의 순결을 의심한다. 그렇지만 과거 박진사의 말도 있고 어릴적 정도 있고 하여 영채를 기생의 세계에서 구하고 싶어하지만 그럴만한 돈이 없었다.

영채는 오랜만의 형식을 보고 예전의 상상했던 그 모습이 아니라서 적지않이 실망하지만 그래도 그와의 결혼을 꿈꾸면서 돌아간다.

형식의 직장에는 못된 사감 배사감이 있었다. 그는 전형적인 출세지향적인 기회주의자로 학생들에게 인기 많고 꿈을 심어주며 신사상을 설파하는 형식을 싫어한다.

배사감과 그의 친구는 장안에 유명한 계월향을 차지 하기 위해서 영채가 형식을 만나고 돌아간 그 다음날 영채를 기생집에서 납치하여 청량리 한 처가에서 겁탈한다.

그 다음날 영채의 기생집을 찾아간 형식은 영채가 손님과 청량리에 갔다는 말을 듣고 직감적으로 납치 겁탈임을 알아차리고 친구 신우선과 함께 청량리로 가서 격투끝에 영채를 구해낸다. 배학감과 그 일당은 경찰에 체포되지만 곧 풀려난다.

형식은 영채를 기생집에 넘겨주고 돌아오지만 영채는 그 다음날 정절을 잃었다는 자괴감에 기생집 노파에게 평양에 자살하러 간다는 편지를 주고는 평양행 기차에 오른다.

이소식을 들은 형식과 우선, 노파는 평양으로 가서 수소문하지만 영채를 찾을 수 없어 형식은 박진사의 묘소 참배후 훌훌 털어버리고 서울로 돌아온다. 그러나 학교에서는 형식이 기생 월향을 따라 평양으로 갔다는 배학감의 거짓폭로로 형식을 벌레보듯이 보고 학생들도 형식을 놀린다.

이에 격분한 형식은 학교을 그만두고 집에서 기거하며 영채를 너무나 무정하게 보내버렸다는 후회로 날을 보낸다. 그러나 김장로는 형식에게 연락하여 자기딸 선형과 약혼을 시킨다. 그후 둘다 미국으로 유학 가기로 한다. 영채를 다 잊어버리고 형식은 선형과의 미국행을 꿈꾼다.

선형은 형식이 자기의 이상형은 아니지만 부모가 맺어준 사람이므로 노력하여 사랑해보기로 하는 중이었다.

한편 평양으로 자살하기로 하고 떠나간 영채는 그 기차에서 동경 유학생 병옥을 만난다. 병옥은 동경에서 음악을 전공하는 처녀로 영채의 눈에 석탄가루가 들어간 것을 빼내어 주는 것을 인연으로 영채의 과거와 자살하러 감을 알고 영채를 설득하여 황주 자기 집으로 데리고 간다.

병옥의 오빠 병국, 그의 아내, 병옥의 부모와 한집에서 기거하며 다시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로 한 영채. 병국은 내심 영채를 사랑하고 영채도 마찬가지이지만 서로의 감정을 숨긴다.

마침내 병옥과 영채는 같이 동경 유학을 가기로 하고 부산행 기차에 오른다. 이 기차에 미국으로 유학하는 형식와 선형도 함께 탄다.

알고보니 병옥과 선형은 친구사이이고 헝식와 병국도 동경 유학시절의 친구였다. 열차안에서 우연히 선형과 병옥이 만나고..드디어 영채와 형식이 만나게 된다.

그동안의 자초지종을 이야기 하고 형식은 이 약혼을 깨고 영채와 결혼하기로 결심하는데 이를 그의 친구 우선은 말린다. 기차게 삼랑진역에 도착하자 마침 홍수가 나서 모든 것들이 떠내려 하고 이 광경을 본 병옥과 영채, 형식와 선형은 병들어 쓰러진 산모를 돌보아준다.

또한 기차역에서 자선 음악회를 열고 돈을 모아 경찰서장에게 준다.

이 일을 계기로 네명은 친해지고 서로의 반목도 사그라든다.

결국 형식과 선형은 미국 유학길에 오르고 영채와 병옥은 동경유학을 하게 되며 그 이후의 네 사람의 성공 스토리는 이광수의 설명형식으로 이어지며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너무나 재미있고도 의미깊은 소설이었다. 역시 이광수다. 이 소설이 한국 최초의 근대소설이라는 것이 놀라웠다. 그 옛날에 살았던 사람들도 지금의 우리와 다를 것이 없다는 것을 다시 느꼈다. 그 당시에도 결혼과 사랑, 한 아내와의 사랑이냐 다른 여자와의 육체적 관계가 옳은 것이냐를 두고 많은 고민이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 또한 진실한 사랑이 무엇이냐를 두고 고민함도 알았다. 역시 인간으로 태어나 한 세상을 살아가면서 느끼고 겪는 일들은 누구나 어느 시대나 어느 나라나 같다는 것이다.

어느 시대, 어느 나라, 어느 가정에 태어나더라도 한 인간에 대한 사랑, 그것을 유지하고 지켜나가는 것의 소중함은 같다는 것이다. 한순간의 감정으로 두사람의 관계를 깨느냐,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야 결혼하느냐..아니면 둘이 맺어지면 정들고 아껴주며 불같은 사랑이 아니더라도 한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어가느냐...여러가지로 생각을 하게 한 소설이었다. 정답은 후자라는 것이 이광수의 결론인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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