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년 가을은 특별히 집중하는 일이 없이 흘러가는 것 같다.

지난 7월말~8월 초의 부모님, 가족 캐나다 여행이 끝나고나서 대항이나 리니지 2에 조금 식상한 나에게 한게임의 몬스터 헌터가 정식 써비스를 시작하였다.

이 겜은 기존의 RPG가 아닌, 몬스터의 AI가 상당하여 엄청난 컨트롤을 요구하는 너무나 유명한 일본 캡콘사의 게임이었고,

용산에서 게임 컨트롤러까지 구입하여 조금씩, 아주 조금씩 게임을 진행하여 어제까지 헌랭 21까지 하였다.

기존의 게임보다 너무나 어렵고 도무지 파티를 하지 않으면 랭이 오르지 않고 힘들어서 내 처지에는 하루 온종일 겜 파티만 할 수도 없고 하여, 결국 이 겜은 관두고 나중에 엔씨 소프트에서 아이온이 나오면 그것만 열심히 해보자..하다가도 오기가 발동하여 끝까지 이노무 겜을 달인까지 해보자라고 결심해보기도 하는, 묘한 매력이 있는 게임이었다.

나도 생각해보면 상당히 경쟁의식이 투철한 인간 같다. 울 직장에서도 최고여야 하는 경쟁의식이 발동했었고...

대항해시대도 결국 에이레네 섭에서 최고의 렙을 달성하였고(64,65,64), 리니지 2도 열심히 하면 되는 것인데, 린2는 너무나 오래된 겜이라서 좀 시들해졌고, 결국 몬헌에 또 경쟁을 느끼니.. 겜 하기에는 너무나 나이가 들었고 또한 이러한 과도한 경쟁의식이 결국에는 좋은 것이 아닌, 허무한 추억이 된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기에 직장에서의 열정도 스스로 자제하고 겜도 스스로 하루 한시간 정도 몬헌만 잠깐씩 해 보는 것으로 자제하고 있는 2008년 가을인 것이다...

8월 말에 대학 동기동창들과의 모임에서 필름이 끊어질 정도로 모두들 취하여 9월 초부터 계속되는 가슴 우측 하부위의 통증으로 9월 20일 제주도 불임 심포지움에 참석해서도 골골 거렸고, 9월 29일 박사학위 논문 발표때도 힘들어 했었던 것 같다.

박사학위 발표때는 그 어려운 생리학 공부를, 유경이와 남산 도서관에 가서 하루 종일 하기도 하였고(2008.9.28), 2008년 9월 29일 월요일 오후 6시에 연대의대 종합관에서 학위논문 발표를 무사히 마치기도 하였다.

그 덕에 오랜만에 파워포인트 최신 버전을 익히기도 하였으니..참 다사다난했던 8월~9월이었던 것 같다.

다행이 직장에서의 분만(자연분만)시의 자궁경부 열상으로 인한 재 문합은 없었고, 이의 예방으로 태반만출후 내진시의 방법을 다시 한번 재정립했었던 달이었다.(자궁저부를 누르면서 우측손으로 자궁경부에서 체부까지를 천천히 내진하여 남은 찌꺼기를 만출시키고, 자궁경부를 손가락으로 지혈시키는 노력을 천천히 하는 행위, 이것이정말로 분만후 출혈을 막는 방법이라는 것을 다시한번 상기하는 달이었다.)

그러나 박사학위 논문 발표후에도 계속되는 우측 갈비뼈 부위의 통증과 잔기침이 심해져서 도저히 불안에 떨 수 없는 막판까지 몰린 2008년 10월 10일...외래진료중 흉부 엑스레이를 자의로 찍어보고, 폐는 이상없으나 우측 늑골에 금이 감을 확인하기도 하였다.

우측 늑골 골절부위를 확인한 10월 10일 금요일...몸은 아팠지만 마음은 왠지 가뿐해졌다..역시 아프면 빨리 검사해야 한다는 그 철칙이, 검사를 미루고 불안에 떠는 것보다 훨씬 좋다는 그 진실을 깨닫는 날이었다.

그날..세윤과 무선조종의 재기를 위해 안양의 유선상씨 RCDH를 방문하여 몸풀기 비행기인 미니맥을 구입하였다.

10월 11일 토요일은 잔기침이 너무나 좋아져서 내심 놀란 하루였다.

10월 12일... 봉은사 불회에 참석하려고 하였으나(올해부터는 종교활동을 하려고 마음 먹었다), 울 유경이가 수요일 시험을 보는데, 지난번 남산도서관에서 공부가 너무 잘되었다고 다시한번 가자고 하여, 어쩔수 없이 가족 봉사의 차원에서 유경이를 데리고 남산 도서관으로 향한 것이다...

난 박사학위 발표를 마친 상태이므로 특별히 조급한 공부가 없었기에(물론 생각해보면 할 공부는 무궁무진하지만...) 그동안 취침직전 조금씩 읽고 있었던 이갑재 장편소설인 "로맨틱한 초상"을 갖고 남산 도서관으로 향한 것이다...

이 "로맨틱한 초상"은 한마디로 한국 추리 소설이었다.

이갑재라는 소설가는 이미 1995년 이 세상을 뜬 고인이었고, 이 소설은 대략 1990년에 씌여진 것이었다.

그러니 지금의 인터넷, 핸드폰 상용의 디지털 시대와는 동떨어진 상황에서의 이야기 이었고, 그 무대는 부산이었으므로 오히려 이것이 지금 시대에서 읽어보면 과거 아날로그 시대의 추억이 생각나는 소설이기도 한 것이다.

이갑재는 자신이 실제로 오디오(특히 첼로) 광이었고, 실제로 대발작(간질)을 앓던 경험이 있던 시인이었으므로 이 소설은 오디오와 정신질환의 전문분야가 상세히 기술되고 있었다.

정신과 의사인 곽원장, 그리고 그를 연모하는 의대 제자인 여의사 박인영은 정신과 진료를 하다가도 가끔씩 만나서 클래식을 듣는 사이였고, 곽원장은 클래식 뿐 아니라 조각품을 좋아하는 다방면에 관심을 갖는 의사였다.

여기서 박인영의 환자였던 나철이, 죽은 여자의 나신에 석고를 덛씌워 조각품을 만드는 정신질환자로 나오고, 젊은 여성이 계속 살해되면서 메뚜기가 산도에서 발견되는 엽기적인 사건이 발생하면서 이 이야기는 시작된다...

박인영이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되면서 이를 수사하는 전형사와 이지호 반장이 개입되고...

결국 박인영 살인사건을 둘러싼 스토리가 무궁무진하게 진행된다...

박인영의 과거 행적을 조사하는 반장과 전형사는 과거 박인영의 환자와, 박인영의 의대시절 연인이었던 백인철이 용의선상에 오르고, 수사는 오리무중으로 빠지지만...

결국, 박인영의 진범은 백인철이었고, 그는 우발적인 살인을 저지른 것이었으나 경찰의 추격으로 스스로 자살하고 마는데, 희대의 살인마는 바로 박인영의 환자였던 유명한 조각가인 나철이었던 것이다..

박인영의 수사상 자문을 했었던 같은과 동료 여의사인 정신애 교수와 메뚜기의 종류를 확인했던 홍혜진교수를 나철은 납치하고, 사건의 낌새를 챘던 곽원장은 나철을 납치하여 정신분석을 한후 풀어주는데...

나철은 석간신문에서 정신애교수와 홍예진교수의 인터뷰를 확인후 정교수를 납치하여 역시 잔인하게 복독으로 살해후 치과기공재로를 이용하여 조각품을 만들고, 추후 곽원장까지 살해하게 된다..

사건의 전모를 알아낸 반장과 전형사는 이미 납치된 홍혜진 교수를 구출하기 위해서 나철 조각가의 작업실을 급습하고, 결국 아슬아슬한 총격전끝에 나철을 사살하고 홍교수를 구출하면서 이야기는 끝이 난다...

상당히 박진감 넘치고 재미있는 소설이었다...

남산도서관에서 하루종일 다 읽었으니, 그 스피드가 엄청 빨랐던 것 같다...

하나의 소설을 쓰기 위해서 소설가가 모으는 자료는 너무나 엄청나다...

이 소설은 오디오의 전문지식, 정신과의 전문지식, 그리고 요한계시록의 전문지식이 온 소설을 도배하다시피 하는 것 같았다.

내 관심 분야가 아니라고 그냥 지나치기에는 너무가 작가의 자료수집과 전문지식습들을 위한 노력이 아쉬운 것 같아 열심히 탐독해본 것 같다...

오랜만에 읽어본 박진감 넘치는 추리 소설이었고, 소설 후기에 추리소설의 대가 김성종이 쓴것 처럼 , 너무나 아까운 추리소설의 역량이 있는 작가가 41세의 나이로 요절한 것이 비통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이갑재 작가가 왜 1995년 요절했는지는 알 수없지만 내심 한국 추리소설을 책임질 유능한 작가의 처음이자 마지막 작품이라는 것이 너무나 안타가웠던 것 같다...

'독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브리다(Brida)  (0) 2011.01.24
에덴의 동쪽  (0) 2010.11.07
살인의 해석  (0) 2008.09.17
배 이야기  (0) 2007.05.28
향수  (0) 2007.01.02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