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지인에게 받아온 수필 최고운의 아무날도 아닌 날을 읽었다.

아내의 지인이 아내에게 " 이런 미친 여자도 있네" 라고 말하며 주었다는 그 수필을 받아 읽으면서 얼마나 비 상식적으로 사는 여인인지 알고 싶었다.

그러나 이 책을 다 읽고 나서는, 최고운의 문장실력과 그 후련함에 찬사를 보내게 된다.

최고운은 1979년생으로 우리나이 37세다.

내가 보기에는 한없이 어린나이지만 그녀는 자기 자신을 상당히 나이 든 여인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부모가 이혼하고 편모슬하에서 언니와 함께 자라난 그녀는 애시당초 결혼에는 뜻이 없고 고등학생때부터 술에 만취되면 엄마가 해장술을 먹이는 집안에서 성장했다.

당연히 술을 좋아라하게 되었고 그녀의 에피소드 곳곳에는 술에 대한 예찬으로 가득하다.

술...나도 술을 너무나 좋아한다. 주량도 내 나이 또래의 친구들에 비해서 쎈 편이다.

내 환경에 의해 달라지지만 나도 술을 거의 매일 마시고,  아니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마셨던 시절도 있었다. 알콜중독수준이라고도 할 수 있었지만 담배를 하루아침에 끊어버린 내가 보기엔 술은 중독성은 없는 그야말로 기호식품이라고 생각된다.

매일 술을 마셔댔지만 간은 의외로 쌩쌩하다. 결국 자기 체질인 것 같다.

최고운의 수필 에피소드 곳곳은 그동안 살아왔던 그녀의 과거, 남자, 술, 섹스, 음모왁싱 등등 그동안 여자가 속시원히 말하기에는 한계가 있어왔던 분야가 속시원히 펼쳐진다.

읽는내내 키득거렸고, 내 나이보다 훨씬 젊게 살고 진보적으로 생활하는 내가 보기에는 너무나 재미있는 수필이었다.

주먹밥과 맥주, 뚬양쿰과 샹하이맥주, 닭강정과 신마구엘, 돈코츠 야키소바와 진저 하이볼, 돈코츠 라멘과 산토리 프리미엄몰츠, 게살 크로켁솨 창 맥주, 족발 순대와 참이슬, 홍콩 스파이시 크랩, 곷빵과 이과두주, 모듬꼬치와 참이슬, 방어회와 한라산소주, 치즈케이크와 뱅쇼, 콜라와 잭다니엘등등 그동안 살면서 기억에 남았던 음식과 술궁합이 각 에피소드 첫머리에 사진과 같이 전시되어 흥미로웠다.

 

술...영원한 인류의 기호품이자 요물단지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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