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발 하라리 교수의 사피엔스를 11월 들어 읽기 시작하여 20일에 다 읽었다. 물론 중간중간 밤에 다른일들이 꽤 많아서 매일 읽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부지런히 이 두꺼운, 소위 벽돌책(두껍고 어려운 벽돌같은 책)을 다 읽어내었다.

벽돌책이었지만 그 내용은 인류에 대한 범 사회적 과학적 고찰, 정말 인류에 대한 총괄적인 내용을 담고 있어서 상당히 유익했다.

이 책은 크게 네 챕터로 이루어진다. 인지혁명, 농업혁명, 인류의 통합, 과학혁명이다. 내용이 매우 방대하지만 내 기억에 각인되고 좋았던 내용을 요약해본다.

1. 인지혁명

호모 사피엔스는 슬기로운 사람이란 뜻으로 인류, 인간의 종이다. 현재는 백인 황인 흑인 모두 이 호모 사피엔스이다. 우리가 흔히 알기로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 네안데르탈인, 크로마뇽인, 호모 에렉투스, 호모 사피엔스로 진화되었다고 하는 사실인데 사실은 모두 동시대에 살았던 인간의 여러 속, 과인것이다.

호모 사피엔스는 15만년전부터 동부아프리카에 살았으며 네안데르탈인(호모 네안데르탈리스)은 유럽에, 호모 에렉투스는 아시아에, 호모 폴리네시아니스는 동남아시아에 각각 살았던 인간종의 여러 속이었다.

그러나 호모 사피엔스가 동부 아프리카를 떠나 유럽, 아시아로 진출하면서 다른 속들은 모두 멸망시키고 지구 전체를 차지하는 인간 유일의 종, 속이 된 것이다.

그만큼 이 사피엔스들은 과격하고 진취적이고 상대를 멸망시키는 종족들이었다. 그러므로 다른 동물들을 얼마나 많이 멸망시켰던가.

인지혁명이란 7만년전~3만년전 사이에 출현한 새로운 사고방식과 의사소통방식으로 우연히 사피엔스의 뇌가 돌연변이를 일으켜 언어능력(뒷담화로 발전함)과 의사소통능력이 생기게 되어 머리가 좋아지게 된 혁명을 말한다.

여러 동물들은 30마리정도가 결속하고 그 이상은 결속하지 못한다. 사피엔스도 뒷담화로 결속할 수 있는 집단의 자연적 규모는 150명정도였지만 그 이상을 결속할 수 있는 힘은 곧 허구의 등장으로 인해서이다. 이는 신화, 종교, 국가, 돈 등이었다. 즉 오로지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는 것들을 믿을 수 있는 독특한 능력덕분에 사피엔스는 수만명 수백만명이 모여 공동생활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선박, 전투용 도끼, 아름다운 예술을 발명하고 인류를 변화시킨 첫 혁명이 인지혁명이다.

2. 농업혁명

사피엔스는 기원전 9500~8500년경 농업을 시작했다. 밀 , 염소, 완도콩, 올리브나무, 말, 포도등의 순서로 키운다.

평균적인 농부는 평균적인 수렵 채집인보다 더 열심히 일했고 그 댓가로 더 열악한 식사를 했다. 역사상 최대의 사기였다. 가축을 기르기 시작해서 소, 돼지, 닭등에게 엄청난 학대를 했고 도살을 자행했다. 병아리 젖소등은 새끼를 도살하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농업의 존재로 인간은 미래에 대한 걱정, 근심을 하게 되었다.

농업으로 정착하자 대도시가 탄생했고 왕등의 상위계급이 생겨났으며 신화등으로 사람들을 결속시켰다. 기원전 3100년 최초의 이집트 왕국이 건설되었다. 상상의 위계질서와 차별이 생겨났다.

3. 인류의 통합

농업혁명 이후 사회는 다양화, 규모는 커지고 복잡해졌다. 수백만명이 효과적으로 협력할 수 있게 해주는 인공적 본능인 네트워크로 문화가 탄생한다. 세가지로 인류은 통합되었는데 이는 곳 돈(화폐의 질서), 정치(제국의 질서), 종교(보편적 종교의 질서)로 각각 상인, 정복자, 예언자들을 통해 인류는 통합된다.

돈은 신뢰를 바탕으로 인류를 통합했으며 제국은 문화적 다양성과 국경의 탄력성으로 상대 문화를 흡수하며 인류를 통합했다. 아카르제국, 페르시아제국, 로마제국, 이슬람 제국 그리고 유럽제국으로.

여기서 제국에 대한 유발하라리의  예찬이 나와서 논란의 대상이 되지만 나름 설득력도 있다. 즉 제국으로 인해 상대문명의 개화와 과학화가 가속화 되었다는 것이다.

종교는 초인적 질서에 대한 믿음을 기반으로 하는 인간의 규범과 가치체계인데 이 종교로 인간은 통합된다. 여기서 유발하라리의 다신교와 불교에 대한 위대성을 설명하는 내용은 정말 그의 박식함에 놀라게 된다.

"일신교와 구별되는 다신교의 근본적 통찰에 따르면, 세상을 지배하는 최고 권력은 관심이나 편견을 지니고 있지 않다. 그러므로 인간의 평범한 욕망이나 근심 걱정에 개의치 않는다. 이 권력에게 전쟁의 승리나 건강, 비를 요청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모든 것을 아우르는 위치에서 보면, 특정 왕국의 승리나 패배, 특정 도시의 번영이나 쇠퇴, 특정인의 회복이나 사망은 아무런 차이가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그런 근본원리의 관점에서 세상을 보려고 애쓰며, 영원한 관점에서 볼 때 평범한 모든 욕망과 두려움은 무의미하며 덧없는 현상임을 인식하려 애쓴다. 그런 문제에 도움을 받기 위해서, 힌두교도들은 부분적 권력을 가진 신들에게 접근한다. 가네샤, 락슈미, 사라스바티 같은 신은 모든 것을 아우르는 힘이 아니라 부분적 힘만을 갖고 있다는 바로 그 이유에서 관심과 편견을 지니고 있다. 그러므로 인간은 이들 부분적 힘들과 거래를 할 수 있으며, 전쟁에서 이기고 질병을 낫기 위해 그들의 도움에 의지할 수 있다. 이런 작은 힘들은 많을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일단 모든 것을 아우르는 최고의 힘을 쪼개기 시작하면 하나 이상의 신성을 갖게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당연히 신들도 여러 명이 되었다."

"불교는 신들의 존재를 부인하지 않는다. 신들을 비와 승리를 가져다줄 수 있는 강력한 존재로 묘사한다. 하지만 이 신들은 집착에서 고통이 일어난다는 법칙에 아무 영향도 주지 못한다. 만일 어떤 사람이 모든 집착에서 해방되었다면, 어떤 신도 그를 불행하게 만들지 못한다. 하지만 일신교적 종교와 아주 비슷하게, 불교같은 근대 이전의 자연법칙 종교 역시 신에 대한 숭배를 완전히 없애지는 못했다. 불교는 사람들에게 경제적 풍요나 정치권력 따위가 아니라 번뇌로부터의 완전한 해방이라는 궁극의 목표를 지향해야 한다고 가르쳤지만, 불교도의 99퍼센트는 열반에 도달하지 못했고, 설령 언젠가 내세에서 열반을 이루기를 원했다 할지라도 현세의 삶 대부분은 세속적 성취를 추구하는데 바쳤다. 그래서 이들은 인도의 힌두신, 티베트의 본교의 신, 일본의 신도의 신을 비롯한 다양한 신들을 계속 섬겼다. 게다가 시간이 흐르면서 여러 불교 분파들이 부처들과 보살들로 구성된 만신전을 발전시켰다. 이들은 해탈할 능력을 지닌 인간(보살)과 비인간전 존재(부처)이지만 연민때문에 해방을 포기했다고 했다. 아직도 불행의 덫에 빠져있는 무수한 존재들을 돕기 위해서 말이다. 신을 숭배하는 대신에 많은 불교도들은 이런 깨달은 자들을 숭배하기 시작했다. 이들에게 열반에 이르도록 도와달라고 요청할 뿐 아니라 세속의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빌었다."

유발 하라리의 해박함에 탄성을 자아내었다.

4. 과학적 혁명

지난 500년간 인류는 과학적인 혁명을 통해 발전했다.

여기서 유럽제국주의와 고대 로마 페르시아 중국진나라등과의 차이는 유럽제국주의는 반드시 과학자를 대동했다는 점이다. 이는 백인의 인종적 우월함이 아니라 그들의 문화적 차이라는 것 때문이다. 이 과학적 발전의 노력으로 유럽제국은 세계로 뻗어나가게 되었고 과학적 혁명을 주도하게 되었다. 과학의 시작은 중국이었어도(화약 종이등) 그 발전을 유럽이었다. 유럽의 과학기술이 중국, 오트만제국보다 빨랐던 것은 성숙한 가치, 신화, 사법기구, 사회정치적 구조였다. 이들은 현대과학과 자본주의를 발전시켰다.

과학혁명의 후속편인 생명공학 혁명이 결국 다다르는 곳은 길가메시 프로젝트이다.(길가메시는 죽음을 없애버리려 했던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영웅이다.) 인간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는 것을 목표로하는 이 프로젝트가 결국은 성공할 것이다. 인류는 앞으로 몇 세기 지나지 않아 사라질 것이다. 생명공학적 신인류, 영원히 살 수 있는 사이보그로 대체될 것이다. 환경파괴로 인해 스스로 멸망의 길을 걸을 수도 있겠지만.

인간은 새로운 힘을 얻는 데는 극단적으로 유능하지만 이 같은 힘을 더 큰 행복으로 전환하는 데는 매우 미숙하다 우리가 전보다 훨씬 더 큰 힘을 지녔는데도 더 행복해지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또한 유발 하라리는 행복의 조건으로 부, 건강, 가족과 공동체의 유대감과 같은 객관적 요소와 가진것에 만족하는 것이 원하는 것을 더 많이 가지는것보다 더 중요하다는 주관적 기대 그리고 세로토닌 도파민 옥시토신등의 생화학적 물질에 의해 결정된다는 생물학적 요인을 따로 나누어서 설명한다.

영생은 더 큰 행복을 가져다주지는 않는다. 인간의 일상적 행복은 물질적 환경과는 거의 상관이 없다. 돈은 행복을 가져오지만 그것은 가난을 벗어나게 해주었을 때뿐이다. 그 단계를 넘어서면 돈이 더 많아져도 행복 수준은 거의 혹은 전혀 달라지지 않는다. 복권에 당첨되면 잠시 행복해질 수는 있지만 대략 1년 6개월이 자나면 일상적 행복은 예전 수준으로 돌아온다.

 

이 책은 정말 인류에 대한 개괄적 통찰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인간의 역사와 미래를 모두 아우르는 매우 거대한 지식의 집대성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매우 유익한 내용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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