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상섭의 삼대...너무나 유명한 한국 장편소설이자 소위 '고전'의 부류에 들어가는 소설이다.

과거 심훈의 상록수를 읽을때(한 20년 전이던가...) 너무나 재미있었고, 고전적 장편소설도 이렇게 재미있구나...하던 생각에 덜컥 큰맘먹고 염상섭의 대표적 장편소설인 삼대를 읽기 시작한 것이다.

사실 최근의 베스트셀러들이 수없이 많이 쏟아져나오고 있지만 정작 우리의 고전소설은 고등학교때까지는 주구장창 섭렵하다가 대학이후로는 등한시하는 것이 사실이다.

이 삼대는 1931년에 쓰여진 염상섭의 대표적 장편이고 그 시대의 생활상을 반영할 것이다라는 생각에 심훈의 상록수처럼 상당히 재미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이 소설을 읽기 시작했던 2006년 9월 부터 결국 다 읽었던 2006년 11월 23일까지의 근 두달동안 정말 인내심만으로 투혼을 발휘하여 겨우겨우 읽기를 마친책이었다.

그럼 재미가 없는가...결코 재미가 없는 소설은 아닌 것 같다.

그러나 1931년식의 어투가 너무나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다.

도무지 외국말을 읽는 것 같아서 번역문학소설보다도 이해하기 힘들었다.

내용은 지금의 시대에도 벌어질 수 있는 조부와 아버지 조상훈, 그리고 주인공 조덕기의 삼대가 같이 살면서 벌어지는 일종의 시트콤과 같았다.

당시는 일제시대..그 시대의 서울생활을 너무나 자세히 묘사해서 이것이 신기하고 재미있었지만 이해하기 힘든 고어들이 회화체로 많이 쓰여져있어서 결국 독서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집중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그래도 당시의 생활상들이 매우 흥미로왔다.

비교적 부유한 이 삼대의 가족들중 기독교 신자인 조덕기의 아버지 조상훈은 조부의 믿음이나 사랑을 받지 못하는 처지로 덕기, 덕희 자매를 두었으나 당시 독립운동을 하다가 세상을 떠난 독립투사의 딸인 홍경애를 좋아하고 임신까지 시키면서 결국 생활이 흐트러지게 되고 놀음에 빠져 허우적 거린다.

홍경애는 상훈의 딸을 낳고 상훈에게 많이 재산을 받았지만 바커스라는 지금으로 따지면 바에 다니면서 술을 팔아 생활하는 처지에 놓였고, 그 어미는 조상훈을 당연히 원수대하듯 한다.

조상훈은 정식 아내로부터도 무시당하고, 아버지에게로부터도 무시당하면서 또다시 매당집 딸을 첩으로 들여놓고 놀음방에서 생활하며 수없는 빚을 지게 된다.

그러나 상훈의 아들 조덕기는 이십대 초반의 경도대학 학생으로 올바른 처신과 몸가짐으로 조부의 사랑을 받는다.

덕기의 둘도 없는 어릴적부터의 친구인 김병화는 가난하게 자라나 당시 유행하던 마르크스주의에 빠진 공산주의자다.

김병화는 같은 좌익조직들과 친하게 지내면서 좌익테러리스트의 딸인 필순이의 집에서 자취한다.

덕기는 병화와는 사상적으로는 어울릴 수 없지만 어릴적 친구로 계속 잘 대해주고 내심 필순이를 좋아하게 되며 덕기의 어머니는 이러한 덕기 또한 상훈의 피를 이어받았다고 나무란다.

돈이 많던 조부는 덕기에게 수없이 많은 재산을 남긴다는 유서를 쓰고 세상을 뜨고 상훈보다 덕기가 집안의 가장 노릇을 하게 된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조부의 죽음이 음모에서 비롯된 가족들끼리의 싸움이었다고 소문을 내고, 여기에 더해서 덕기와 홍경애가 김병화에게 가게를 내는데 댄 돈이 결국 좌익운동을 도왔다는 경찰의 의심을 사서 이 모두들 구속되며 갖은 고생을 하게 된다.

또한 덕기가 경찰서에 있는 동안 상훈은 거짓 형사를 데리고 집으로 와서 유서와 많은 재산을 갖고 가지만 그 역시 경찰에 구속되고 만다.

결국 김병화를 제외하고는 모두들 무혐의로 풀려나게 되지만 삼대에 걸친 가족의 갈등, 그리고 필순의 아버지가 세상을 뜨면서 덕기에게 필순을 부탁한다고 했을때 결국 그것은 자기 자체의 이유보다는 돈이 많다는 것일것이라는 돈에 대한 자책감을 느끼면서 소설은 일단락된다.

이후 염상섭은 2부, 3부를 다른 소설의 제목으로 이어나아가게 되지만 일단 그 유명한 삼대는 여기에서 막을 내린다.

이 소설이 매우 어려워서 해석자체가 힘들었지만 그 내용은 예나 지금이나 사람사는 냄새, 갈등, 돈에 대한 동경은 똑같다라는 것이다.

또한 지금의 정권에서 일제시대 청산이다, 친일파 숙청이다..많이들 떠들고 있지만 이 소설을 읽어보면 오히려 그 시대에 일본경찰과 친밀하게 지내야 했던 민초들의 상황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시대의 상황이해는 지금의 상황잣대로 해석하는 우를 범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도 또한 느껴보았다.

오랜만에 아주아주 인내하며 어렵게 읽은 소설이었다...

'독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살인의 해석  (0) 2008.09.17
배 이야기  (0) 2007.05.28
향수  (0) 2007.01.02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1) 2006.08.21
다빈치 코드  (1) 2005.01.09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