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2024.12.25~12.29)

 

룰루 밀러의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논픽션 서술은 상당히 독특하지만 많은 감명을 주는 책이었다.

그녀는 1999년 16세가 되었을때 인생엔 아무 의미가 없다라는 아버지의 영향을 받고 수면제로 자살시도도 하고 동성애로 남자친구와도 헤어지는 경험을 하며 성장하다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라는 인물에 집중하게 된다

데이비드 조던은 1851년 출생의 미국 분류학자로 초창기에는 별의 분류에 관심을 갖다 꽃수집에도 관심을 갖는다. 그러다 메사추세츠 해안에서 22km떨어진 페니키스섬에서 스위스의 지질학자이자 박물학자인 아가시가 모집하는 캠프에 참가하여 그곳에서부터 물고기의 분류에 매진하게 된다

그는 어류를 인간이 자신의 저열한 충동들에 저항하지 못하면 어디까지 미끌어져 내려갈 수 있는지를 상기시키는 비늘덮힌 하등한 존재라고 인식하며 물고기의 분류작업을 진행한다

그는 페니키스 섬에서 돌아온후 고교 과학교사를 거쳐 허버트 코플랜드와 계속 어류를 분류하고 태평양 연안에 사는 어류목록도 80종 정리한다 그러나 결혼하여 세 자녀를 두고 아내가 사망하자 다시 재혼하며 1891년 스탠퍼드 부부의 제안으로 그 부부가 설립한 스탠퍼드 대학의 초대학장까지 오른다. 또한 전 세계로 어류수집 원정을 한다. 1906년 샌프란시스코 대지진으로 모든것을 잃었어도 그릿(끈질김)을 무기로 다시 재기한다  
 
룰루 밀러는 이러한  조던을 초반에는 존경하지만 스탠포드 창립자인 부인 제인 스탠포드를 독살했다는 의문을 품게 되며 또한 조던이 후반에 우생학에 심취하여 백치들이나 하등한 인간들의 성기절제로 씨를 말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에 회의를 느끼게 된다  내가 모델로 삼으려 했던자는 결국 이런 악당이었다 라고 느끼며 이제는 조던이 했던 모든 것들을 의심한다

아직도 1980년대까지 이러한 우생학의 영향으로 정신박약이나 장애아 지체아들을 수용하여 불임시술이 자행되었던 미국에 치를 떨며 우생학을 옹호한 조던이 전쟁을 반대한 평화주의자로 비친건 전쟁을 하면 뛰어난 엘리트들이 목숨을 잃고 하등한 사람들이 판을 치게 된다는 이유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더욱 그를 비난하게 된다

결국 윤이라는 학자의 영향을 받아 분기학자들, 즉 어떠한 종들의 가지들을 추적하는 이들이 주장하는 어류는 존재하지 않는다 라는 사실을 옹호한다

일례를 들어 우리가 산에 사는 인간, 산에 사는 새, 산에 사는 소를 모두 산 어류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에 산다고 모두 어류라고 이름붙이는 순간 그 종들은 모두 하등한 부류, 가지의 가장 밑에 존재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것이 맞는 일인가.  어떤 물고기는 인간보다 더 잘 듣고 인간보다 더 수영을 잘하고 인간보다 더 빠르다. 어떠한 동물들도 각각의 능력을 비교해볼때 인간보다 뛰어난 면이 많다

이름을 붙이는 순간 인간보다 열등하게 되어 버린다는 것이다. 따라서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어류라는 말은 어떤 의미에서 보면 경멸적인 단어다. 인간이 정상의 자리를 유지하기 위한 방법으로 우리와 다른 동물들 사이의 유사성을 실제보다 과소평가한다 라는 것이다.

자연은 우리가 상상 할 수 있는 것보다 더 경계가 없고, 더 풍요로운, 아무런 기준선도 그어지지 않은 곳이라고 말하며 이 논픽션은 끝난다.

참으로 특이한 발상이었지만 수긍이 갔고 너무나 공감이 갔고 재미있었다.

또한 우리가 위인이라고, 천재라고, 영웅이라고 알려진 사람들의 이면엔 악마와 같은 면들이 있다는 것도 알아야할 것이다. 실제로 조던이 물고기를 분류하는데에는 공을 끼쳤지만 그 물고기를 잡았던 사람들은 수없이 많은 이름없는 중생, 민중들이었던 것이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또한 영웅도 위인도 존재하지 않는다
많은 것들을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