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유토피아 (2025.5.29)

2022년 저주토끼로 부커상 후보에 오른 정보라의 소설집 너의 유토피아는 SF적 소설 총 8편이 들어있는 단편집이다.
난 소설은 주로 장편소설들을 읽어왔고 이렇게 단편을 모은 소설집은 클레어키건이 쓴 푸른들판을 걷다가 있었다.(블로그에는 아직 올리지 않았지만) 정보라의 이 소설집은 참 재미있었고 여운도 많이 남아 아주 간단히 8편의 단편소설들을 요약해본다
영생불사연구소
모두들 의문의 약을 먹고 모두 영생을 얻은 영생불사연구소의 직원들이 개원 98주년 기념식을 준비하는 내용으로 너무나 유머러스한 문체로 씌여졌다. 읽다가 정말 한참 웃었다. 마지막에 결국 알고보니 직원들 모두가 98년 이상 살고 있는 영생의 소유자들이었다니..^^
너의 유토피아
비생물자성체에 대한 이야기. 나는 비생물이지만 사람이나 물건을 운반하는 자동차이고 내 뒷좌석에 올라탄 314는 병원에서 사용되는 인간과 닮은 기계다. 인간은 고향행성으로 돌아갔거나 병들어 사망한 상태로 이 행성에는 비생물들만 산다. 건물이 나와 소통하고 괴물이 나타나 나를 공격한다. 결국 건물 높은곳에서 떨어지지만 나는 살았다. 그러나 뒷자리에 탄 314는 완전히 방전되어 버렸다. 314가 늘 하던 소리 너의 유토피아는 이라는 말이 그립다. 0이 그 대답이었다. 살아있는 모든것들은 생명체건 비생물자성체이건 아름답다. AI가 지배하는 세상이 상상되지만.
여행의 끝
4년 8개월전 전염병이 돌았다. 이 병은 감염되면 조용히 사람을 물어뜯고 그 고기를 먹는다. 지구가 대부분 감염되자 우주선을 타고 일부 사람들이 전염병을 피해 우주로 향한다. 여기에 암호해독가인 나와 우주선 운항정비 기술자인 그녀석이 친해진다. 그러나 우주선의 선장, 부선장, 선임조종사, 부조종사, 의사, 연구원들이 모두 차례로 감염되어 서로 물어뜯고 죽이고 나와 그녀석만 구사일생으로 구명정으로 탈출한다. 지구와 비슷한 행성을 찾아 수면캡슐로 들어가고 나서 깨어나자 그녀석은 나를 속이고 지구로 왔다. 나는 그녀석을 마저 먹어야겠다. 와 반전이고 너무나 재미난 소설.
아주 보통의 결혼
결혼한지 1년이 안되어 아내가 어딘가로 전화를 건다. 이를 추적해보니 아내는 지구인이 아니고 외계인이었으며 지구인과 결혼하여 지구인의 생태조사를 하라는 임무를 받고 있었다. 나는 아내의 통통하고 귀여운 손을 가장 예쁘다라고 했는데 결국 자신의 신분이 들통나자 외계인의 상관은 아내를 죽이고 손만 잘라서 나의 집에 놔둔다. 나는 뼈저리게 후회하다 아내가 다시 돌아왔다. 물론 똑같이 생긴 새 외계인이었다. 나는 아내에게 머리카락이 가장 예쁘다라는 말을 하고 보통 남편처럼 행동하자라고 결심한다. 진정한 사랑은 나중에 알아채는 것.
One More Kiss, Dear
미래 2060년대, 사물의 둥지라는 지적 중심이 있다. 나는 엘리베이터다 여기에 92세 파킨슨병이 걸린 여자가 산다. 나는 그녀를 원하는 곳까지 데려다 주는 역할과 그녀가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주는 엘리베이터. 나는 사물의 둥지에게 질문한다. 인간은 왜 출생하고 성장하며 노화합니까. 그 질문에 대답할 수 없습니다. 어째서입니까 인간 스스로가 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모든 병의 원인, 치료법등은 대답해도 이것은 대답할 수 없습니다. 그녀는 결국 노화하여 사망했고 나는 그녀가 좋아했던 단하나의 음악 One more kiss, one more sigh, only this, dear, is Good Bye를 듣는다.
그녀를 만나다.
120세 여자가 군인이자 작가, 음악가인 그녀와의 미팅에 참가하기 위해 거리두기를 하며 줄을 서 있다가 폭발사고가 일어나 부상을 입는다 현장에서 많은 사람들이 죽고 팬클럽회장은 허리를 다쳐 휠체어 신세가 된다. 줄을 서 있을때 어떤 녀석이 여자의 귀에 짜릿하지 않나요 라고 말하고 그 침이 그녀의 귀에 묻어 유전자 검사를 나가 본다. 인터넷 댓글에 짜릿하다라고 쓴 것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하고 범임은 잡힌다. 군인, 작가, 음악가인 그녀는 남자였다가 여자로 변신한 성 소수자였다. 성 소수자를 혐오하는 사람들과 성 소수자를 지지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너무나 유머러스한 문장들 120세 여자가 욕도 잘하고 세상을 참 단순하게 산다. "이 비러먹을 새끼들이 골로 가는 꼬라지를 보고야 말것이다"
Maria, Gratia, Plena
20년전 경찰이 가정폭력을 일삼자 아들과 딸을 데리고 도망가는 아내, 그들에게 총을 난사하고 경찰은 자살하고 딸만 겨우 살아남는다. 오른팔이 절단되고 의수를 끼우며 마약을 계발하고 판매하며 살다 경찰에게 쫓기고 부상을 당해 의식불명으로 병원에 입원한다. 나는 그녀를 관찰하며 그녀의 의식을 스캔하여 경찰에 넘기는 일을 한다. 그녀는 왜 마약에 손을 댓을까.. 환각이라도 좋으니 죽지않고 자신과 함께 살아남아 성장한 동생을 보고싶어했고 안고 싶어했다.
씨앗
모센닉 직원들이 기계를 타고 와서 모센닉 소유 농경지에서 모셴닉 씨앗이 아닌 다른 씨앗오염이 발견되어 조사한다. 나무들은 이에 그들과 이야기한다. 모셴닉 직원들은 토양에서 인분을 발견하여 추궁하지만 나무들은 자신들의 조상이라고 항변한다. 자연은 자연의 방식대로 살아있고 자연의 방식대로 움직인다. 씨앗은 문명을 피해 인간의 눈 코 귀 입 털구멍으로 파고 들어서 인간과 식물이 한몸이 된 상태. 인간은 광합성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결국 자연파괴와 자연보호에 관한 소설이었다.
이상의 8개의 단편소설들을 읽고 자연스러운 것들 그리고 인생의 생노병사에 관한 것들 모두가 자연이라는 것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을 알았다. 정보라 특유의 유머러스한 문체도 깃들여있었고 항상 사건 사고가 일어나면 피해를 입고 억울하게 목숨을 마치는 사람들과 그 가족들을 우리는 반드시 생각하고 응원해야 한다는 저자의 소신을 느낄 수 있었다.
분노하고 질문하며 멈춰 애도하고 다시 전진하자는 저자의 메시지. 누군가는 해야하는 아무튼 데모. 누가 할 것인가. 바로 저자와 같은 사람들이다. 결코 욕 할 수 없는 사람들. 자신들도 한점 부끄럼 없는 깨끗한 인간이었으면 좋겠다.
대부분 공감하지만 행하지 못하는 것들을 발벗고 나서서 하는 사람들을 이해하고 존경해야겠다.
또한 장편소설이 아닌 이러한 단편소설 모음 소설집들도 종종 읽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