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개의 파랑 (2022.1.3~2022.1.30)
리디페이퍼로 천선란 작가의 천개의 파랑을 읽었다. 듄 시리즈를 읽는 중간중간에 읽었던 책이라 독서 시간은 오래 걸렸지만 다 읽고 나서의 느낌은 정말 전율과, 눈물을 흘리게 만든 초 명 대작 SF소설이었다.
어쩌면 이렇게 훌륭한 소설이 있을까... 하긴 이 소설은 제 4회 한국 과학문학상 장편 소설분야의 대상을 수상한 작품이니까.
너무나 감동스러워서 소름이 끼친다. 천개의 파랑이란 이 제목을 들으면 지금 그렇다. 정말 이 작가의 뛰어남에 경이를 느낀다. 대단한 작가다.
이 소설은 미래의 이야기이다. 인간을 대신할 수 있는 로봇 휴머노이드가 상용화되어 편의점 알바에서 짤린 우연재. 그녀는 고등학생이고 로봇공학에 흥미를 느끼는 여성이다. 언니 은혜는 어린시절 소아마비를 앓아 휠체어 신세를 지고 있고 엄마 보경은 젊은 시절 영화 한두편을 찍을정도의 배우였으나 배우학원 지하에 불이나서 생명이 위태로울때 한 소방관이 목숨을 걸고 구해줘서 살아난 이후로 그 소방관과 결혼한다. 그러나 그 소방관은 딸 둘을 낳고 또다른 화재현장에서순직한다. 결국 보경은 연기인생을 포기하고 식당을 운영하며 두 딸을 키우고 산다.
투데이라는 경주마가 있다. 이 말은 상당히 빠른 속도를 내는, 시속 70~80km를 달리는 말이다. 이 말의 기수는 콜리라는 기수 휴머노이드. 이 콜리는 다른 휴머노이드들과는 약간 다른 칩이 심어져있는지 로봇기계이지만 사람의 감정을 조금 느끼며 또한 어떠한지 궁금해 한다. 하늘이 파랗다.. 좋다.. 이 중얼거림은 그가 빠르게 달리던 투데이에서 낙마한후 하늘을 보며 말한 내용이다.
콜리는 경마장 한쪽 건초더미에 버려졌지만 평소 경마장을 자주 찾는 연재에게 발견되고 그녀는 자신이 알바를 해서 모은 전 재산 80만원을 주고 콜리를 집으로 데리고 와서 성심을 다해 고쳐준다.
결국 콜리는 다시 걸을 수 있게 되었지만 카본이 아닌 알루미늄으로 연재가 만들었기에 기수를 하기에는 무겁게 되었다.
콜리는 연재네 방에서 연재와 보경과 대화를 나누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그는 인간의 감정을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은혜는 휠체어를 타고 등교하다 더이상의 등교와 같은반 동급생들의 멸시를 못참고 집에서 혼자 공부하며 시간될때 경마장에 가서 투데이를 만나 보살핀다. 경마장에는 민주, 다영이 직원으로 근무하며 은혜 연재와 알고 지낸다.
그러나 투데이는 관절이 다 닳아버려서 더이상 뛰지 못하게 되자 인간의 쓸모에서 벗어나서 조만간 살처분될 운명에 처하게 된다. 이를 안 연재 은혜는 이종사촌 오빠이자 기자인 서진이 경마장 승부조작을 취재하는것을 알고 살처분될 투데이를 조금이라도 뛰게 해서 행복을 느끼게 해주기 위해 노력하기로 한다. 결국 수의사 복희, 서진, 연재, 은혜는 경마장에 찾아가 승부조작에 참여한 책임자 직원에게 이를 알리고 다시 투데이가 한번만이라도 경주에 참석할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한다. 결국 허락을 얻어낸 이들은 다시 투데이에 판돈을 걸을 수 있는 연재의 알바편의점 사장에게 찾아가 부탁하고.. 결국 투데이는 경주에 참석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연재는 친구 지수와 함께 로봇경연대회에 참석하여 모양이 변하는 휠체어의 바퀴를 고안하여 발표하고 2등을 수상한다. 또한 그 작품이 추후 실제 상품으로 출시되어 은혜에게 선물하게 된다.
경기당일 콜리와 투데이는 출발하게 되지만, 빨리 뛸 수 없는 투데이에게 관중들은 야유를 하며 맥주캔등을 던진다. 그러나 천천히 뛰던 투데이의 자유를 위해 무거워진 콜리는 일부러 낙마한다. 이것이 그의 마지막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는 의연하게 떨어진다. 투데이는 점점 속력을 더하게 되고 결국 경기가 끝난후 살처분을 면하고 제주도로 보내지게 된다.
콜리는 하늘을 본다. 그의 짧은 생에서 그에게 다가왔던 몇 안되던 사람들. 그리고 그가 로봇으로 살아갈때 입력된 천개의 단어들. 그는 그 따뜻한 사람들을 모두 파랑이라고 느낀다. 이 세상 모든 단어들이 파랑으로 다가온다.
천개의 파랑.
이렇게 소설을 끝난다. 아 정말 감동! 눈물이 핑돈다. 그저 SF소설이라면 우주전쟁이나 먼 미래의 이야기로 알고 실제로도 강한 쇳소리만 느껴지던 나에게 이 천개의 파랑이라는 SF소설은 상한 쇳소리가 아닌, 부드러운 인간의 소리로 다가온다.
모든것이 파랑이다.
" 바람은 늘 시원한가요?"
"콜리는 인간의 구조가 참으로 희한하다고 생각했다. 함께 있지만 시간이 같이 흐르지 않으며 같은 곳을 보지만 서로 다른것을 기억하고, 말하지 않으면 속마음을 알 수 없다. 때때로 생각과 말을 다르게 할 수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따금씩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마음을 알아차렸고, 다른 것을 보고 있어도 같은 방향을 향해 있었으며 떨어져 있어도 함께 있는 것처럼 시간이 맞았다. 어렵고 복잡했다. 하지만 즐거울 것 같기도 했다."
"행복이 고통을 이겼다."
"천개의 단어만으로 이루어진 짧은 삶을 살았지만 처음 세상을 바라보며 단어를 읊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내가 알고 있는 천 개의 단어는 모두 하늘같은 느낌이었다. 좌절이나 시련, 슬픔, 당신도 알고 있는 모든 단어들이 전부 다 천개의 파랑이었다. 마지막으로 하늘을 본다. 파랑파랑하고 눈부신 하늘이었다."